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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고 간결한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2월의 겨울, 건조한 공기가 빛에 반사되어 피부에 맞닿을 때 생기는 하얀 빛이 딱 그 빛이다. 멀리서 봐도 발광해 공간 전체로 퍼져 나오는 뭉뚝한 빛이 익숙해 보인다. 마치 빛은 없지만 빛을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 계단을 하나 둘 오르며 마주하게 되는 방 안에서 피어나는 몽롱한 빛의 흐름을 따라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긴다. 건축적인 요소에 놓인 형광등 빛의 흐름이 공간을 채우고 관람자에게 즉각적 체험이라는 신체 경험을 유도함으로 어떠한 상황 자체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맞다, 익숙한 그 빛이다.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Upper East Side) 69가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David Zwirner Gallery)에서 댄 플래빈(Dan Flavin)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소위 고풍스럽고 호화.. 더보기
넋을 놓은 채, 넋을 놓았다. 재미작가 이하윤 Hayoon Jay Lee 어떤 움직임은 손끝과 발끝에서 시작되고, 움직임을 지탱하는 기운은 땅에서 시작된다. 재미 작가 이하윤(Hayoon Jay Lee, 1962~ )에게 쌀은 그에게 작품을 완성하는 ‘재료’ 이상의 의미, 아니 의미가 아닌 전부다. 쌀, 쌀가루, 머리카락, 뼈 등 시대만이 공유하는 도구와 문화, 경제적 재료들은 시대를 거쳐 ‘상징’의 동기가 된다. 이 동기가 모여 조화로운 질서와 균형이 작품으로서 공존한다. 결국 만들어진 작품은 살아있고, 살아있지 않은 것이 사유의 힘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는 2006년부터 ‘쌀’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를 소재로 그 당시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된다. “쌀과 부식은 옆에 있는 부대에서 군인들이 가져다 주었다. 밥은 여자들끼리 당번을 정해서 서로 돌아가면서 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