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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넋을 놓은 채, 넋을 놓았다. 재미작가 이하윤 Hayoon Jay Lee

어떤 움직임은 손끝과 발끝에서 시작되고, 움직임을 지탱하는 기운은 땅에서 시작된다. 재미 작가 이하윤(Hayoon Jay Lee, 1962~ )에게 쌀은 그에게 작품을 완성하는 재료이상의 의미, 아니 의미가 아닌 전부다. , 쌀가루, 머리카락, 시대만이 공유하는 도구와 문화, 경제적 재료들은 시대를 거쳐 상징 동기가 된다. 동기가 모여 조화로운 질서와 균형이 작품으로서 공존한다. 결국 만들어진 작품은 살아있고, 살아있지 않은 것이 사유의 힘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는 2006년부터 소재로 퍼포먼스를 소재로 당시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된다. “쌀과 부식은 옆에 있는 부대에서 군인들이 가져다 주었다. 밥은 여자들끼리 당번을 정해서 서로 돌아가면서 했다. 그러나 내가 제일 나이가 어려 빨래와 밥을 가장 많이 했다.”[1] 삶이 송두리째 빼앗긴 상상 초월의 경험을 그분들에 대한 일종의 헌정 퍼포먼스다. 빨간 천을 뒤덮고 스스로를 묶어 작가가 기어가는 방향으로 사람들이 쌀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통해 풍요와 기운을 전한다. 정수리 사이로 떨어지는 쌀알은 희망의 메시지 이자 작은 물결이 된다. 우린 하나의 기적을 목도한다. 어떤 시간에도 사람은 살고 있고, 무언가를 만들어 냈으며,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문제점과 해결점을 안고 있다는 사실. 마치 10 전에 작업 노트에 있었던 문장이 지금도 변하지 않고 정확히 전부인 문장인 것처럼 말이다.

Emotive Movement_2022_rice, modeling paste, acrylic_48x36x3 in_121.9x91.4x7.6cm  ©작가 제공
Unfamiliar Place I_2022_rice, modeling paste, MICA, acrylic_12x12x3 in_30.5x30.5x7.6 cm  ©작가 제공

 그는 비를 맞으며 마음껏 춤을 추었던 사춘기 때를 기억한다고 한다. 비로 뒤덮인 세상, 물기를 머금은 바람 냄새를 맡으며 뛰어놀던 순간. 모든 장면이 생생한 자연의 조각이 되었을 것이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순간, 꿈인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 눈을 감고 기분을 느낀다. 지금까지도. (정말 좋았지, 정말 행복했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어루만지는 관람객과 작가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찰나의 풍경들. 둥글게 원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머리 위로 쌀이 흘러내린다. 행복해서 활짝 웃는 아이, 눈물을 흘리는 여성, 서로 손을 잡고 눈을 감는 커플. 생각과 이야기들 사이를 붙잡고 있는 . 머리카락과 얼굴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쌀이 이들의 삶을 들춰낸다. 우리가 믿는 , 바라는 , 지키고자 했던 , 붙잡고 싶지만 내려놔야 하는 모든 것들을 말이다. 모든 감정이 느껴지는 것이 그가 보여주고자 했던 모든 것일 것이다. 특히 그의 2016 퍼포먼스인 < 엄마(Two Mothers> 보면 관용적으로 엄마의 안에 안겨 가정과 온정을 상징하는 모습처럼 보이는데, 쌀을 빨간색 천으로 감싸 품에 안은 모습은 작은 생명을 연상케 한다. 엄마의 역할은 무엇인가? 가족의 품으로서 보호와 온정을 제공하는 역할인가? 성장과 보호, 양육과 온전한 성장을 상징한다. 페미니즘으로 인식되는 엄마의 역할과 권리로 보자면 무조건적인 보호와 온전한 가정의 책임자로서 대조되는 요즘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엄마라는 주체성 선택으로 보자면 엄마는 어떤 역할을 맡을지, 어떤 삶을 선택할지 자유롭게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는 아주 중요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보이는 쌀은 자연의 으로부터 얻은 소중한 자원으로서 자연과 모성애의 유기적인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쌀은 태고의 신비와 생명력을 지닌 자연 물질과 함께 그가 바라보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의 여정이다.

100 Visions_2022_rice, modeling paste, acrylic_32x32x2 in_81.3x81.3x5.1cm&nbsp; &copy;작가 제공

특히 그의 조각처럼 보이는 입체 회화작품에선 엄청난 양의 쌀이 서로 붙어 밀도감이 있어 생동감이 느껴지고, 빼곡하게 쌀들은 서로 감싸 안아주고 있다. 휘몰아치는 드로잉 선을 뒤로하고 섬세하고 정교하게 채워진 쌀이 캔버스 위를 채웠고, 보이는 이미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보면 빛과 어둠의 공존, 무수한 감정들이 화면 속에서 교차하고 있었다.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에너지, 속에 깊숙이 자리한  온기, 빨려 들어갈 같은 디테일은 찬란하고 눈부시다. 그가 직접 제작한 핀셋으로 작은 희망을 하나하나 심는다. 손으로 느껴진 작업의 감각을 우린 눈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작업할 사용하는 접착제는 점도가 강한 모델링 페이스트(modeling paste) 여러 가지 질감 기법으로 밀도가 높아 아주 견고하다. 이는 쌀을 한번 심으면 빼낼 없을 정도로 조밀하고 강하다. 액자가 깨져도 작품은 손상도가 굉장히 적다. 특히 눌린 쌀은 어떤 방향으로 형태를 잡는가에 따라 깃털처럼 보이기도 하고 바람에 흘러가는 보리밭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고 그는 전한다. 깃털처럼 가벼운 존재가 세상에 맞설 이상을 가진 용기 생긴다는 것이 이런걸 뜻하나 싶다.

 내가 되새겨지는 시간,

 작가는 꾸준히 이어오는 작업을 통해 개인을 둘러싼 외부적 환경과 사회, 낯선 문화 그리고 역사 등에 다양한 가치에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새로운 자신이 된다. 이는 10 이상 이어오는 작가의 익숙하고도 새로운 희로애락의 자체일 것이다. 쌀은 단순하게 음식의 재료 뿐만 아니라 문화, 역사, 사회, 경제, 정치 이상의 역할을 한다. 전쟁 뒤에 남겨진 충격과 아픔은 식량주권을 누가 확보하느냐,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생존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작품에선 생존에서 살아남은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생명이 끝나고 다시 생명을 마주하고 매번 새로운 기적을 마주하는 것처럼. 이번 Hollis Taggart Gallery에서 진행된 개인전 <Fields of Vision> 새로운 기적을, 빛을, 깊은 숨을, 생명을 사람들 시야에 빛나는 작가 자신을 발견할 있는 전시였다. 모두가 참여할 있는 퍼포먼스와 함께 어우러진 작품들은 쌀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그녀가 가진 사상과 철학을 담은 편의 영화와도 같다고 할까. 그의 작업 의도와 주제를 대면했을 , 작품에서 느껴지는 흐름은 대자연의 흙과 같고 공기와 같으며 비와 바람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눈으로 작품을 담아내는 각도와 순간에 따라 빛과 공기의 느낌에 따라 낯익은 장면이 수도 굉장히 낯선 장면이 수도 있다. 작품 하나가 온전한 안식처 같은 호수처럼 느껴졌다.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고 소리는 위로라는 안정감을 선사한다. 그는 작업을 하는 순간순간의 감사를 느끼며 기도하듯 스스로 치유하며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작가의 온전한 온기가 위로의 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작가도 작품을 제작하면서 새롭게 태어나고 수많은 시작을 거듭하면서 위로와 치유를 받는다. 그는 작업 진행 과정에서도 수많은 실수와 실패를 거듭한다고 전한다. 그러한 고백을 통해 작품은 특별한 서사가 된다. 제작의 과정은 길지만 아이디어는 무의식에서 시작해 손끝으로 마무리된다.

 작품에서 말하는 같다.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살아야 합니다. 당신의 눈으로 작품을 읽고 울림을 받고, 치유를 받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로 마무리하고 싶다.

 

쌀은 자신입니다. 쌀은 어머니이고 조국입니다.

쌀은 감사와 감동입니다.

쌀은 용서와 희생입니다.

쌀은 당신과 나를 연결해 주는 매직입니다.

쌀은 아름답습니다.

Bursting NY_2013&nbsp; &copy;작가 제공

 

Hayoon Jay Lee ricelee815@gmail.com

 대구에서 태어난 이하윤은 메릴랜드 인스티튜트 칼리지 오브 아트(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에서 조각으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을 기반으로 조각, 영상, 설치, 퍼포먼스 다양한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 교육부에서 수여하는 하비츠 펠로우십 (Jacob K. Javits Fellowship award, 2008) 폴록-크라스너 재단(Pollock-Krasner Foundation)에서 수여하는 레지던시 펠로우십 아티스트 (2012) 등을 수여 받았다. 그녀의 작품은 짐머리미술관(뉴브런즈윅, 뉴저지), 광주현대미술관(광주, 한국), 허난박물관(중국, 정저우) QCC 아트 갤러리(퀸즈, 뉴욕) 다양한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국제적인 장소에서 그의 작품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으며 쌀과 관련된 오브제와 신체를 통해 다양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다가오는 3월엔 The Elizabeth Foundation for the Arts에서 쌀로 만든 백개 그릇, 동물 , 머리카락, 다양한 국가에서 나오는 쌀을 오브제로 새로운 설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Born in Daegu, South Korea, Hayoon Jay Lee obtained a BFA in sculpture from the 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 (MICA) in 2007 and an MFA from the Rinehart School of Sculpture at MICA in 2009.

Among her many honors and awards, Lee has received a Jacob K. Javits Fellowship award (2008) from the U.S. Department of Education, a Full Fellowship Artist in Residency Award (2012) from the Pollock-Krasner Foundation, a best in Show Distinction award (2008) at the 14th International Exhibition at the SoHo 20 Gallery in Chelsea, New York City, and a Dapu International Art Award (2011) from the Northern Art Museum, Daqing China. Lee has participated in various artist residency programs:  99 Museum (Beijing, China: 2014), Gwangju Museum of Art (S. Korea: 2012), the Fine Arts Work Center (Provincetown, MA: 2009), the Vermont Studio Center (Johnson VT: 2009), Sculpture Space (Utica, NY: 2011), Art Farm (Marquette, NE: 2016), Byrdcliffe Artist in Residence Program (Woodstock, NY: 2012), and the Beijing Studio Center (2010) in Beijing, China. Her work may be found in the collections of the Gwangju Contemporary Museum of Art (Gwangju, Korea: 2017), the Henan Museum (Zhengzhou, China: 2010), the QCC Art Gallery (Queens, NY: 2015), the Community School of Maryland (Brookville, MD: 2004), Sculpture Space (Utica, NY: 2012), the Dapu International Art Center (Daqing, China: 2011), the FAWC (Provincetown, MA: 2009), and many private collections. She has exhibited her work widely, both nationally and internationally.

 


[1] 여성가족부 6 일본군 위안부 피해 관련 사료 조사 D/B 사업 보고서. 1,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료 통합DB 시스템 기본안 구축 자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