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나를 둘러싼 무수한 움직임_전효주의 몸에 의한 앎 들에 대하여 나의 신체에 적용된 ‘몸’, ‘움직임’은 같은 경험이라도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지나치고 의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명확히 나의 움직임과 함께 파동이 되어, 또 다른 움직임을 만든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작업하는 전효주는 우리의 몸과 일상생활에서 쉽게 지나치는 공간이나 오브제가 어떻게 만나서 어떤 모양 또는 흔적을 만들어 내는지 관심을 가지고 작업한다. 그는 신체를 이루는 몸의 주체가 주변 모든 환경을 유기적으로 체험하고 상호 소통하는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몸의 움직임이 그의 의식과 공간을 기억하는 방식을 중재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원초적인 지각 작용으로 자신의 작업에 확신을 가져간다. 서늘한 바람을 뒤로하고 어느새 하.. 더보기
서로의 간격이 붕괴되는 순간 오직 육체와 손으로 해낼 수 있는 진실들만 있을 뿐. 한국계 미국인 사운드 아티스트 크리스틴 선 킴(Christine Sun Kim). 그가 침묵을 완전한 외침으로 깨는 방식은 들리는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 뿐 시각 언어로 아주 즉각적이고 노골적이다.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다. 그의 말이 음성으로 전달됐다면 1초도 걸리지 않을 단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꺼이 이 지독히도 명료한 확신을 가진 이야기에 가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퍼포먼스, 드로잉, 설치 등 다양한 형태를 ‘소리’라는 매체를 사용하여, 말하는 언어와 청각 매체 환경과의 관계를 연구한다. 그의 작품은 들을 수 있는 잡음(noise)을 만들어 시각적, 물리적, 개념적 특성을 부여한다. 우리는 말하는 순간 모든 것이 소음이 된다. 말은 머금어.. 더보기
간단하고 간결한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2월의 겨울, 건조한 공기가 빛에 반사되어 피부에 맞닿을 때 생기는 하얀 빛이 딱 그 빛이다. 멀리서 봐도 발광해 공간 전체로 퍼져 나오는 뭉뚝한 빛이 익숙해 보인다. 마치 빛은 없지만 빛을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 계단을 하나 둘 오르며 마주하게 되는 방 안에서 피어나는 몽롱한 빛의 흐름을 따라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긴다. 건축적인 요소에 놓인 형광등 빛의 흐름이 공간을 채우고 관람자에게 즉각적 체험이라는 신체 경험을 유도함으로 어떠한 상황 자체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맞다, 익숙한 그 빛이다.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Upper East Side) 69가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David Zwirner Gallery)에서 댄 플래빈(Dan Flavin)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소위 고풍스럽고 호화.. 더보기
넋을 놓은 채, 넋을 놓았다. 재미작가 이하윤 Hayoon Jay Lee 어떤 움직임은 손끝과 발끝에서 시작되고, 움직임을 지탱하는 기운은 땅에서 시작된다. 재미 작가 이하윤(Hayoon Jay Lee, 1962~ )에게 쌀은 그에게 작품을 완성하는 ‘재료’ 이상의 의미, 아니 의미가 아닌 전부다. 쌀, 쌀가루, 머리카락, 뼈 등 시대만이 공유하는 도구와 문화, 경제적 재료들은 시대를 거쳐 ‘상징’의 동기가 된다. 이 동기가 모여 조화로운 질서와 균형이 작품으로서 공존한다. 결국 만들어진 작품은 살아있고, 살아있지 않은 것이 사유의 힘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는 2006년부터 ‘쌀’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를 소재로 그 당시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된다. “쌀과 부식은 옆에 있는 부대에서 군인들이 가져다 주었다. 밥은 여자들끼리 당번을 정해서 서로 돌아가면서 했다.. 더보기
단절되어 있지만 연결되어 있다. 보다 더 조용한 곳으로, 보다 더 사람이 없는 곳으로 향하는 것이 진정으로 고요한 줄 알았다. 하지만 진정한 고요, 진정한 휴식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걸. 서로 오가는 말, 차분한 눈 마주침, 서로에게 집중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잔잔한 여운들. 각각의 세계에서 여물고, 차오르고, 쓸어내고, 꿰매며 우리가 모이면 다른 세계에서 또다시 여물어진다.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진오(Jean Oh)는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시작하여, 예술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술 대학교, 대학원까지 한 번도 미술을 멀리한 적이 없다. 페인팅, 드로잉, 사진, 바느질, 설치 작업 등 모든 매체를 스스로 실험하며 그때그때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다룬다. 진오의 작품을 보면 생각.. 더보기
원초적 감정을 포착하는 객관적 관찰자 앨리스 닐 퍼블릭 아트 월간 미술 잡지 퍼블릭 아트 공식몰. 작가, 전시 기획, 국내외 미술정보 기사 수록 및 신간 소개 artinpost.co.kr 때론 담담하게, 때론 우울하게, 때론 불편하고 때론 편안하게 보이는 그림 속 인물들은 낯설지만 마치 가까운 사람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예술가로서 그녀가 가지는 가장 큰 힘은 상대방에 대한 심리적 통찰력이 아닐까? 닐이 인터뷰에서도 말했듯 “내가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면 부자가 됐을 것이다.”라고도 언급했을 정도니 말이다. 닐은 누군가를 그리는 과정에서 무엇을 보여줄지 생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기를 원했다. 닐은 그녀 스스로를 ‘영혼의 수집가’라 고 말한다. 작업할 때 그 상대방의 영혼에 깊숙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닐은 임신이라는 인.. 더보기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의미를 상기시키는 수잔 레이시의 메세지 퍼블릭 아트 월간 미술 잡지 퍼블릭 아트 공식몰. 작가, 전시 기획, 국내외 미술정보 기사 수록 및 신간 소개 artinpost.co.kr 아이를 낳고 나선, 여성과 아이를 진심의 눈으로 보게되고 가슴 깊이 동감하며 이해하게 된다. 이건 묘하고 묘한 경험이자, 신기한 경험이다. 타인은 타인이자 우리는 우리인 묘한 감정은 옆사람과 다정히 손잡고 밖을 걷는 것과 같은 경험이다. 전시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작가들은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하고 표현한다. 수잔 레이시는 작품을 위한 실천에 대한 두 가지 기본 원칙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개인적인 서술과 두 번째는 커뮤니티 내에 사적이지만 공적인 대화를 통해 작품을 구상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프로젝트다. 그녀는 억압된 문화적 이야기를.. 더보기
당신의 문장으로 말해요. A Language of our own 당신의 문장으로 말해요 A Language of our own 기획: 정재연 뮤즈세움에서는 2022년 8월 13일부터 9월 30일까지 김진, 전희경 2인전 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온전히 회화를 다루는 두 작가가 전하는 그들만의 고유의 색과 붓질로 관람객들에게 전하는 그들의 언어를 각자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선보인다. 붓질을 통한 작가의 표현은 특별한 그들만의 언어이자 서사이다. 붓질은 마치 말투와 비슷하다. 우리는 상대방 말의 버릇을 보고 성격을 예측하듯 말투엔 서로의 품격이 있다. 사실 말투는 어떤 하나의 고정된 버릇이지 본성은 아니다. 두 작가에게도 같은 붓은 도구로서 같은 존재이지만 서로 다른 세상의 언어를 탐색하고 그들만의 말투로 그들만의 문장을 만들어낸다. 붓을 잡고 움직이는 그들의.. 더보기